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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심리학』을 읽다가 문득 한동훈의 정치 행적이 떠올랐다.
책에서 다루는 개념 가운데 하나가 ‘다크 트라이어드(Dark Triad)’다.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시, 나르시시즘.
어려워 보이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사람을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 보는 경향, 낮은 공감과 죄책감, 강한 자기중심성과 인정 욕구 같은 성향을 설명하는 심리학적 개념이다.
여기서 먼저 선을 그어야 한다.
공개된 정치적 행동만 가지고 특정 정치인을 사이코패스나 나르시시스트라고 진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개념을 하나의 질문 틀로 삼아 정치인의 말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책임을 졌는지 살펴보는 것은 가능하다.
한동훈의 정치 행적을 이 기준으로 한번 보자.
마키아벨리즘, 왜 판단은 계속 바뀌었나
마키아벨리즘은 목적 달성을 위해 사람과 상황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성향을 뜻한다.
2024년 12월 5일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한동훈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에 대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인 12월 6일에는 입장이 달라졌다.
한동훈은 “새로이 드러나고 있는 사실”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시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들의 체포를 지시했다는 사실 등을 “신뢰할 만한 근거를 통해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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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2월 12일에는 다시 한발 더 나갔다.
“지금은 탄핵으로 대통령의 직무집행을 정지시키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며 탄핵 찬성을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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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일주일 사이 상당한 입장 변화가 있었다.
물론 정치인은 새로운 사실을 확인하면 판단을 바꿀 수 있다.
판단을 바꿨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문제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핵심은 이것이다.
무엇을 새롭게 확인했는가.
그 사실은 어느 정도 검증됐는가.
그리고 그것이 기존 판단을 뒤집을 정도의 근거였는가.
정치인의 마음을 추측할 필요는 없다.
입장이 변했다면 그 이유와 근거를 확인하면 된다.
사이코패시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
두 번째는 사이코패시다.
일반적으로 낮은 공감 능력이나 죄책감 부족 등의 특성과 연관해 설명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한 정치인의 언행만 가지고 “사이코패스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대신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책임을 졌느냐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의힘 당원게시판 논란이다.
2024년부터 한동훈 전 대표와 가족의 이름이 등장한 당원게시판 게시글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졌다.
이 사안을 두고 한동훈 측과 당내 조사 결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한동훈 측은 본인이 해당 게시판에 가입하지 않았으며 조사 결과에도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됐다고 반박했다.
반면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이 사건과 관련해 2026년 1월 한동훈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고, 같은 달 29일 최고위원회가 제명안을 최종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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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연정 조다운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결국 제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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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진영 논리보다 확인해야 할 질문이 있다.
한동훈은 가족의 당원게시판 이용 여부를 언제 알았는가.
실제로 어떤 글이 누구에 의해 작성됐는가.
당무감사 결과 가운데 한동훈 측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정확히 무엇인가.
그리고 양측이 제시하는 자료 가운데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것은 무엇인가.
“정치보복이다.”
“여론조작이다.”
서로 이렇게 주장하는 것만으로 진실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자료를 공개하고 검증하면 된다.
나르시시즘인가, 정치적 쇼맨십인가
마지막은 나르시시즘이다.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고 타인의 인정과 관심을 중요하게 여기는 성향과 관련된 개념이다.
정치는 원래 어느 정도 쇼맨십을 필요로 한다.
카메라 앞에서 메시지를 던지고,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정치인의 능력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정치적 쇼맨십 자체를 나르시시즘이라고 볼 수는 없다.
진짜 확인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이미지와 실제 행동이 일치하는가.
말과 책임이 일치하는가.
한동훈은 2026년 1월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뒤 정치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원게시판 사건을 제명의 근거로 제시했고, 친한동훈계에서는 징계의 정당성과 절차를 문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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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연정 조다운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결국 제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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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주장이 이렇게 다르다면 누가 더 억울하다고 외치는지를 볼 이유가 없다.
어느 쪽 주장이 자료와 더 일치하는지를 보면 된다.
한동훈에게 필요한 세 가지 질문
다크 트라이어드는 특정 정치인의 본성을 함부로 단정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반복되는 행동을 바라보는 하나의 질문 틀로 사용할 수 있다.
한동훈의 경우에도 복잡하게 볼 필요가 없다.
첫째.
왜 말이 바뀌었는가.
둘째.
당원게시판 사건에서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무엇인가.
셋째.
그 과정에서 정치인 한동훈은 어떤 책임을 졌는가.
정치인의 마음속까지 알 필요는 없다.
자신이 한 말이 있고 기록이 있다.
말이 바뀌었다면 바뀐 이유를 확인하면 된다.
의혹이 제기됐다면 증거를 보면 된다.
정치적 쇼맨십에 끌려가지 않는 방법
그렇다면 다크 트라이어드라는 개념에서 정치 뉴스를 보는 우리가 참고할 만한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즉각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정치인이 강한 말을 던졌다고 곧바로 편을 들거나 공격할 필요가 없다.
기사 제목 하나만 보고 판단하지도 말자.
발언 원문을 확인한다.
과거 발언과 비교한다.
반대쪽 주장도 확인한다.
관련 자료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본다.
그리고 마지막에 판단한다.
확인 절차를 여러 단계로 만들고 시간을 두면 정치인이 만든 프레임에 즉각 끌려갈 가능성도 줄어든다.
말보다 행동을 보자.
이미지보다 기록을 보자.
주장보다 자료를 보자.
한동훈이 ‘다크 트라이어드’인지 아닌지를 우리가 진단할 필요는 없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한동훈은 어떤 말을 했는가.
그 뒤 어떻게 행동했는가.
그리고 그 결과에 어떤 책임을 졌는가.
정치인이 만든 이야기에 끌려가기보다 사실과 기록부터 확인하는 것.
정치적 쇼맨십과 실제 책임을 구별하려면 결국 거기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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