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보수의 시루...한동훈

사선하이킥tv 2026. 9. 1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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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악마화’에 ‘검찰 악마 맞네’로 만든 한동훈》

한동훈의 김승원 공세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민주당의 ‘검찰 악마화’를 반박해야 할 사람이, 오히려 “저러니 검찰을 못 믿는다는 소리가 나오지”라는 반응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승원의 청탁 의혹과 기소유예 처분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법무부 장관을 하겠다는 사람이니 더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 그런데 검증하는 사람도 증거와 설명에 책임을 져야 한다. 상대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자기 앞에서만 고무줄이 되면 누가 믿겠나.

문제는 세 가지다.

첫째, 사람에게 붙이는 딱지가 너무 앞서간다.

한동훈은 사건 관계자인 양씨를 ‘룸살롱 여동생’이라고 불렀다. 양씨는 식당과 바를 운영했을 뿐이라며 반박했다. 다만 보도된 과거 판결문에는 유흥접객원에 관한 기재도 있다. 업소의 실제 운영 형태는 자료를 놓고 확인할 사안이다.

그런데 정치인의 입에서는 벌써 ‘오빠’와 ‘룸살롱’이 한 묶음으로 돌아다닌다. 여기에 거액의 돈 이야기를 붙이면 어떻게 되겠나. 대중은 청탁의 구체적인 내용보다 음습한 관계와 부패한 거래부터 상상하기 쉽다.

바로 그 지점을 경계해야 한다. 호칭이 친근하다는 사실과 부정한 대가를 약속했다는 사실 사이에는 증거가 필요하다. 그 빈칸을 대중의 상상으로 채우게 해서는 안 된다.

범죄를 입증하겠다는 사람이 악역 캐스팅부터 열심히 하면, 그때부터 검증은 막장드라마가 된다.

둘째, 자극적인 대목만으로는 사건 전체를 설명할 수 없다.

김승원 측이 공개한 녹취 전문에는 5억원을 빌리면서 전환사채 발행과 이자 지급을 언급한 내용이 있었다. 후보자 측은 한동훈 공개본에서 이런 조건이 빠져 청탁 대가처럼 보이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동훈은 전문에 오히려 더 심각한 내용이 있다며 반박했다.

그렇다면 어떤 대목을 왜 뺐는지, 빠진 내용을 포함해도 자신의 해석이 왜 타당한지 설명하면 된다.

“몇억원”이라는 숫자만 크게 읽는다고 그 돈의 성격까지 밝혀지는 것은 아니다. 빌려주는 돈인지, 투자금인지, 청탁 대가인지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 검사 출신 정치인이라면 누구보다 잘 알 것 아닌가.

기소유예 외압 주장도 마찬가지다. 한동훈은 기소·징역형 구형 계획이 계엄 이후 기소유예로 바뀐 경위를 문제 삼았다. 그런데 MBC는 이미 2024년 9월 중순 기소유예안이 대검에 보고됐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대로라면 “계엄 이후 처분이 나왔다”는 시간 순서만으로 외압을 설명하기 어렵다. 누가, 언제, 어떤 지시를 했는지 추가 근거를 내놔야 한다.

셋째, 남에게 요구한 설명을 자신도 해야 한다.

기소유예 처분을 한 부서는 당시 김종욱 부장검사가 이끌던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였다. 김종욱은 한동훈 장관 재임 중 법무부 부대변인을 지낸 인물이다.

그 경력이 한동훈의 개입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과 함께 일했던 검사까지 포함된 수사·처분 과정을 두고 외압을 주장한다면, 누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부터 정확히 짚어야 한다. 막연히 ‘굴복한 검찰’이라는 그림만 남기면 검찰 전체의 신뢰가 함께 다친다.

자료 출처도 그렇다. 법무부는 기소계획서가 외부로 나온 경위를 조사하고 있고, 한동훈은 검찰에서 자료나 협력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유출 경로와 위법성은 아직 밝혀져야 할 문제다.

제보자의 신원을 보호하면서도 자료의 진위와 취득·공개 경위는 적절한 절차에서 검증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공익제보’라는 간판을 걸었다고 모든 질문이 물타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동훈의 이런 방식을 비판하는 이유는 그 정치적 대가 때문이다. 김승원에게 집중돼야 할 검증이 녹취 편집과 수사자료 유출 공방으로 번지면, 김승원은 자기 의혹에 답하는 대신 폭로자의 방식을 한동훈을 공격하고 있다.

보수가 얻어야 할 것은 후보자의 구체적인 답변인데, 한동훈 개인의 말싸움만 남는 셈이다. 이래 놓고 잘 싸웠다고 박수부터 쳐야 하나.

민주당의 검찰 공격을 비판하려면 검찰권은 증거와 절차에 묶여 있어야 한다는 기준부터 지켜야 한다. 검사 출신 정치인이 낙인과 폭로에 기대는 모습을 보일수록 그 기준을 설득하기 어려워진다.

한동훈에게 필요한 것은 더 독한 별명도, 더 잦은 페이스북 글도 아니다. 자신이 공개한 자료와 붙인 해석을 끝까지 설명하는 책임감이다.

그 책임을 피하면서 상대를 악마로 만드는 데만 열을 올린다면, 민주당이 팔던 ‘검찰 악마화’에 가장 그럴듯한 홍보 영상을 보여주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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