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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들)》이 쏘아 올린 공…5·18 특별법 제8조, 헌법의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사선하이킥tv 2026. 9. 2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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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상상력’, 다른 역사 해석에는 ‘징역 5년’…허위와 학설의 경계 누가 정하나

허진호 감독은 영화 《암살자(들)》을 두고 진실을 단정하기보다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되 영화적 상상력을 더했고, 판단은 관객의 몫이라는 설명이다.

좋다. 영화니까 그럴 수 있다.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감독이 상상력을 더할 수도 있고, 관객이 영화를 보고 “저건 사실과 다르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지점이 생긴다.

지난 6월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들이 광주일고와의 경기에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라는 구호를 외쳤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결국 야구부원 36명 전원이 광주를 찾아 사과했다. 학교와 야구계의 징계 조치도 뒤따랐다.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비판할 수 있다.

문제는 잣대다.

5·18과 관련해서는 역사적 맥락과 피해자의 상처를 이유로 매우 엄격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면서, 다른 역사적 사건을 둘러싼 영화적 각색에는 어디까지 상상력의 자유를 인정할 것인가.

그리고 이 질문은 단순한 영화 논쟁에서 끝나지 않는다.

법으로 들어가면 훨씬 무거워진다.

현행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제8조는 5·18민주화운동에 관한 허위사실을 신문·방송·정보통신망이나 공연, 토론회, 집회 등에서 공개적으로 유포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시에 예술·학문·연구·학설·보도 등을 위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도 두고 있다.

바로 여기서 헌법적 질문이 생긴다.

무엇이 ‘허위사실’이고 무엇이 ‘다른 해석’인가.

어디까지가 ‘연구·학설’이고 어디서부터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가.

틀린 역사 해석이라면 자료와 증거로 반박하면 된다. 학자가 논문으로 깨고, 언론이 검증하고, 시민이 토론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형법은 다르다.

잘못 판단하면 사람이 전과자가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유를 박탈당한다.

따라서 형벌 규정이라면 국민이 무엇을 하면 처벌받는지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기준이 명확한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면서 형벌까지 동원할 필요성이 충분한지 따져보는 것은 당연한 헌법적 쟁점이다.

물론 반대 논리도 있다.

5·18을 둘러싼 반복적인 허위사실이 피해자와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회적 갈등을 키워왔기 때문에 일정한 형사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제8조 제2항이 예술·학문·연구·학설·보도에 예외를 둔 것도 표현의 자유를 고려한 안전장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안전장치가 있다는 것과 그 기준이 충분히 명확하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실제 사건에서 어떤 주장은 ‘학설’로 인정되고 어떤 주장은 ‘허위사실 유포’가 된다면 결국 그 경계는 수사기관과 법원이 판단하게 된다.

그렇다면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경계가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부합하는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필요한 최소한에 그치고 있는가.

최고 징역 5년이라는 법정형은 목적에 비해 과도하지 않은가.

흥미로운 점도 있다.

제8조 제1항을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은 이미 한 차례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2022년 2월 해당 청구를 각하했다. 그런데 이유를 보면 제8조가 헌법에 합치한다고 본안 판단을 한 것이 아니다. 청구한 단체가 직접 기본권을 침해받았다고 볼 수 없어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즉, 그 사건에서는 제8조의 명확성이나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에 대한 본안 판단까지 가지 않았다.

향후 실제 재판에서 해당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면 당사자는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헌법재판소가 판단하고, 제청 신청이 기각된 경우에는 일정한 요건 아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의 길도 열려 있다.

이 문제를 제기한다고 5·18의 역사적 의미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쟁점은 반대편에 있다.

국가가 역사적 진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형벌권을 사용할 때 그 경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오늘은 5·18이고 내일은 6·25, 제주4·3, 박정희, 김대중을 둘러싼 역사 해석마다 별도의 ‘왜곡죄’를 만들 것인가.

그렇게 되면 역사는 사료와 논문, 공개 토론만의 영역이 아니라 형사법정에서도 정답을 가리게 된다.

역사적 사실은 중요하다.

피해자의 명예도 중요하다.

동시에 표현의 자유와 죄형법정주의 역시 헌법이 보호해야 할 가치다.

《암살자(들)》이 우리 사회에 ‘무엇이 진실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면, 법을 향해서도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5·18민주화운동법 제8조.

‘허위’와 ‘학설’을 가르는 지금의 기준은 충분히 명확한가.

그리고 그 기준에 최고 징역 5년이라는 국가 형벌권을 결합하는 방식은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 있는가.

그 답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헌법의 언어로 따져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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