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를 잃고 남긴 글을 읽어보면 대통령보다 먼저 한 여자를 사랑했던 남편이 보인다.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는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 도중 총격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
국가기록원에는 이 사건과 관련해 문세광의 1심·항소심 재판을 비롯한 당시 기록들이 지금도 남아 있다.
관련자료|국가기록원 ‘박대통령 저격사건(문세광 사건)’
https://www.archives.go.kr/next/newsearch/listSubjectDescription.do?id=002815&sitePage=1-2-1
국가기록원>기록물열람>통합검색>국정분야주제별검색>분야별주제검색
외교 박대통령 저격사건(문세광 사건) 주제유형 하위주제 집필 내용은 국가기록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주제설명 발생배경 1974년 8월15일발생한 ‘재일교포 문세광에 의한 박정희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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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52년이 지난 지금 이 사건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영화 ‘암살자(들)’ 때문이다.
영화는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당시 권력기관의 개입이나 또 다른 배후 가능성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등에서는 당시 정부가 사건에 개입한 것처럼 인식하게 만든다며 역사 왜곡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허진호 감독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를 죽이라고 지시했다는 이야기를 만든 것이 아니며, 실제 기록과 의문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관련기사|육영수 피격 사건 다룬 영화 ‘암살자(들)’ 역사 왜곡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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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암살자(들)’ 역사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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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잃은 뒤 박정희가 남긴 글
그런 논란을 보다가 김용삼의 『정희(正熙)』를 읽었다.
책에는 육영수 여사를 잃은 뒤 박정희 대통령이 남긴 시와 일기, 그리고 두 사람의 일화가 소개돼 있다.
그는 시에 이렇게 썼다.

“아내만 혼자 가고 / 나만 남았으니
단장(斷腸)의 이 슬픔을 / 어디다 호소하리”
잊어보려고도 했다.

“잊어버리려고 하면 더욱더 / 잊혀지지 않는 당신의 모습.”
그가 그리워한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아내의 그림자.
손때 묻은 물건.
아내의 체취.
육영수 여사가 앉았던 의자와 만지던 물건, 입던 옷과 신던 신발까지 떠올렸다.
집 안에서 들려오던 발자국 소리도 기억했다.
평생 곁에서 들었던 목소리도 기억했다.
“이거 보세요.”
“어디 계세요.”
심지어 결혼한 뒤 좀처럼 입 밖에 내지 못했던 “여보”라는 말까지 떠올렸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렇게 썼다.
“이십사 년간 / 하루같이 / 정숙하고도 상냥한 아내로서
간직하여 온 현모양처의 덕을 / 어찌 잊으리.
어찌 잊을 수가 있으리.”
1년 뒤 일기에도 아내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육영수 여사를 떠나보낸 지 1년이 지난 1975년 8월 19일.
박정희는 다시 아내를 일기에 적었다.

“나의 사랑하는 아내를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유택으로 떠나보내고 마지막 작별을 하던 날이다.”
청와대 정문에서 아내를 마지막으로 떠나보냈던 순간도 기억했다.
한마디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 번 뒤돌아보지도 못했다.
꽃수레가 현무문 앞에서 왼쪽으로 꺾여 시야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피눈물을 삼켰던 그날.
1년 뒤에도 그는 적었다.
“그날 그 생각이 새롭기만 하구나.”
나는 여기서 묻고 싶다.
이것까지 전부 연기였다는 것인가?
박정희를 싫어해도 사실은 사실대로 보자
박정희를 싫어할 수 있다.
유신을 비판할 수도 있다.
장기집권과 인권 문제 역시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박정희의 공과는 냉정하게 따지면 된다.
그런데 정치가 아무리 미워도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남편에게 결정적인 근거도 없이
“당신이 꾸민 것 아니냐.”
“당신 쪽에서 죽인 것 아니냐.”
라고 몰아가는 것이다.
현재 확인되는 국가기록과 당시 재판 기록은 문세광의 저격 사건을 전제로 남아 있다.
반대로 박정희가 육영수 여사의 죽음을 지시했다거나 사건을 직접 꾸몄다고 확정한 사법적 판단은 확인되지 않는다.
의문을 제기할 자유는 있다.
영화를 만들 자유도 있다.
하지만 역사적 인물을 실제 범죄의 배후처럼 의심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할 때는 그만큼 강한 근거가 따라야 한다.
“영화니까 상상이다”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책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정치적 증오가 인간에 대한 예의까지 삼켜서는 안 된다
아내의 신발을 기억하고,
손때 묻은 물건을 기억하고,
집 안에서 들리던 발자국 소리까지 잊지 못해 시와 일기에 남긴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아내 죽음까지 정치적 음모의 소재로 소비하는 모습을 보면 나는 솔직히 섬뜩하다.
박정희가 미우면 박정희의 정책을 비판하라.
유신이 문제라면 유신을 비판하라.
그런데 왜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까지 끌어와야 하나.
왜 결정적인 증거도 없이 자작극이라는 의심부터 던져야 하나.
내 눈에는 그런 정치적 선동이야말로 악마적으로 보인다.
민주화를 말하면서 사실보다 증오를 앞세운다면 그것이 과연 민주주의인가.
정치는 서로 싸울 수 있다.
역사도 치열하게 논쟁할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선은 지켜야 한다.
‘암살자(들)’을 보기 전에 『정희』도 한번 보자
마침 박정희라는 사람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김용삼의 『정희(正熙) - 우리들의 대통령 이야기』다.
2026년 9월 25일 출간된 이 책은 박정희의 산업화와 경제개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증언과 기록, 개인적인 일화 등을 통해 ‘인간 박정희’를 들여다본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과 그 뒤 박정희가 남긴 기록도 다룬다.
관련기사|김용삼 신간 『정희』…박정희의 삶과 인간적 면모
https://www.imaeil.com/page/view/2026092115514128904
기자가 써내려간 담담한 박정희 이야기... '정희' 출간
'정희' 단행본. 플로우북스...
www.imaeil.com
도서정보|김용삼 『정희(正熙) - 우리들의 대통령 이야기』
https://api.kobic.net/book/bookInfo/view.do?isbn=9791122047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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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사랑한 우리 대통령 ‘박정희’를 베껴쓰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람이든 사람이 만들어 낸 그 무엇이든 사라지거나 스러지지 않는 것은 없다. 설령 그것이 목적 띤 집단의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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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던지는 의문만 보고 역사를 판단하지 말자.
반대편 기록도 읽어보고,
당사자가 남긴 글도 읽어보고,
당시 자료도 확인한 뒤 판단하자.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암살자(들)’ 말고 『정희』 봅시다.
영화적 상상력보다 먼저,
한 남자가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실제로 남긴 글부터 한번 읽어봅시다.
※ 박정희 대통령의 시·일기 및 관련 일화는 김용삼의 『정희(正熙) - 우리들의 대통령 이야기』를 인용·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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