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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 보지 마십시요.

사선하이킥tv 2026. 9. 24.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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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수 여사의 비극을 자작극으로? 영화 《암살자(들)》 보지마십시요!

영화는 영화로만 보는 편이다. 딱히 좌우를 따지지도 않는다. 재미있으면 보고, 작품성이 있으면 인정한다.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보수적 관점의 작품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느끼지만, 그렇다고 정치적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영화를 외면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아무리 영화라도 지켜야 할 선은 있다.

23일 개봉한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박정희 대통령 저격 미수 사건과 육영수 여사의 죽음을 소재로 한다. 문제는 영화가 당시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면서 청와대의 자작극이라는 음모론을 주요 가설로 다룬다는 점이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영화적 상상력인가?

허진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사건의 진실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없어 가설과 상상의 형태로 다뤘다고 설명했다.

물론 역사적 사건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자유다. 기존 수사 결과를 검증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그러나 사건에 의문이 남아 있다는 것과 박정희 대통령이 자신의 저격 사건을 기획했다는 가설은 전혀 다른 문제다.

육영수 여사는 실제 총격 사건으로 목숨을 잃었다. 누군가의 아내였고, 누군가의 어머니였으며, 대한민국의 영부인이었다.

그 비극을 영화로 재구성하면서 유족이 받아들여야 할 역사적 의혹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한번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을 확인되지 않은 타살 범죄 음모론으로 재구성한다면 어떻겠는가?
5·18민주화운동을 북한군의 작전이었다는 근거 없는 배후설에 맞춰 영화로 만든다면 어떻겠는가?


그때도 단순히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넘어갈 수 있을까?

어떤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든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고인의 존엄을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되고, 내가 지지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해서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역사적 사실처럼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형법 제308조는 허위사실을 적시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순히 의혹을 영화화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지만, 허구적 설정이라도 표현 방식에 따라 법적 책임이 문제 될 수 있다.

이미 선례도 있다.

2005년 박지만 씨는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을 상대로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실제 기록영상이 포함된 일부 장면을 삭제하는 조건으로 상영을 허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에는 여러 부담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박지만 씨를 비롯한 유족들이 영화의 내용을 면밀히 확인하고, 법적 침해가 인정될 만한 장면에 대해서는 사자명예훼손 고소와 상영금지 가처분 등 가능한 구제 절차를 검토할 수 있다.

영화 전체를 무조건 금지할 것인지, 문제가 되는 장면의 삭제나 정정을 요구할 것인지는 구체적인 증거와 법원의 판단에 달린 문제다.

다만 이것만큼은 분명하다.

역사적 사건에 의문을 제기하는 자유가 있다면, 그 의문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요구할 자유도 있다. 영화를 제작할 자유가 있다면, 그 표현으로 상처받은 유족이 법에 따라 권리를 구제받을 자유도 있다.

박정희 대통령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육영수 여사를 어느 정치 진영의 인물로 평가하느냐의 문제도 아니다.

역사적 비극을 다루는 방식에 어떤 책임이 따라야 하는가의 문제다.

고인의 명예를 존중하는 일에 좌우가 따로 있을 수 있겠는가.

영화라는 이름으로 던진 의문이라면, 그 의문에 대한 반론과 검증 역시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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